2010년 5월 24일 월요일

“예쁜 하트를 만들기 위해선, 두 팔을 뻗는 노력이 필요하죠”

가족 간 소통을 다룬 연극 ‘나쁜 엄마를 위한 변명’

올해로 창단 39주년을 맞는 극단 <맥토>가 지난 6일(목)부터 23일(일)까지 대학로 문화 공간 엘림홀에서 ‘나쁜 엄마를 위한 변명’ 이라는 이름의 극을 올렸다. 연극 ‘나쁜 엄마를 위한 변명’은 이 시대의 모든 가족이 겪고 있는 소통 부재의 문제를 조명하고 있다. 오늘날 만연한 이른바 ‘막장드라마’에서 산산조각으로 해체시키고 있는 ‘가족’이라는 말이 품고 있는 그 안의 ‘희망’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 작품이다.

극 중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고등학생 딸 ‘하늬’와 하늬의 엄마 ‘혜원’, 그리고 하늬의 할머니 ‘미순’이다. 세 사람은 여느 모녀지간이 그렇듯,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 사랑하지만 또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사랑도 때로는 폭력이 된다. 그들은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하지 못한 채 “지겨워, 지긋지긋해”, “지쳤어, 그만 할래”라는 대사를 반복하며 오해하고 상처 주고, 상처받는다. 그 가운데 가장 솔직한 인물은 극 중 하늬의 이혼한 아버지 ‘진욱’이다. 그는 하늬에게 여섯 살 생일에 전해주지 못한 커다란 곰 인형을 선물하며 이렇게 말한다. “미안함이 너무 커서 미안하다는 말을 못 했어”, “좋은 아빠가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어쩌면 나는 아빠가 되는 거에 겁을 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그리고 그런 아버지에게 하늬는 괜찮다고 말하며 웃는다. 그렇게 진욱과 하늬의 관계 회복을 계기로, 그들 가족은 화해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미순의 친구로 등장하는 옆집 ‘순규네’는 입만 벌리면 자식 자랑이다. “우리 순규가 미국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우리 아들은 효자”라며, 매일같이 미순에게 아들자랑을 한다. 하지만 ‘순규네’는 현대판 고려장처럼, 아들에게서 버림을 받은 셈이다. 그는 외로이 급성 폐렴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만다. ‘순규네’의 죽음으로, 혜원네 가족이 눈물짓고 통곡하는 것을 끝으로 막이 내린다.

이야기의 목표는 누구나 나름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 그것을 알아주고 짐을 나누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이야기하는 데 있다. 지극히 소소한 데서 가족 간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처럼 화해 역시 지극히 작은 하나의 몸짓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지난 19일(수) 연극을 관람하러 온 인하대학교 이영신(언정2)씨는 “가족의 분열이나, 가족의 단절에 있어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들이 대게는 '소통'의 문제다”라며 “결국 가족이 가족다우려면 어느 정도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연극을 관람한 소감을 전했다.

연극 ‘나쁜 엄마를 위한 변명’을 연출한 이해수 작가는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는 5월을 가정의 달, 사랑과 감사의 달이라 여기며 지내오고 있다. 2010 가정의 달에 당신 가정의 현주소를 묻는 일로 이 연극은 여러분에게 말 건네기를 원한다. ‘지금 당신의 가정은 행복합니까?’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현 시대의 많은 가족들이 본 연극을 보고 서로를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승국화 기자(
hiup-gh@mail.hongik.ac.kr)


댓글 1개:

  1. 가족끼리 서로 되돌아보는 기회...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기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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