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4일 월요일

주제기획/ '가정의 달'돌아보기 - 어색해진 가족관계


가상 시나리오를 통해 바라보는 우리 가족의 속사정

5월의 어느 나른한 일요일 오후. 해가 중천이 되어서야 일어난 나는 TV를 보러 나가려다 아버지 홀로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그 때 밖에 나간 엄마가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급한 볼일이 있어 서둘러 나오느라 미처 점심을 챙겨놓지 못했으니 아버지와 함께 라면이라도 끓여 먹으라는 거였다. ‘이게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나는 고민이 생겼다. 내 머릿속엔 세 가지의 경우가 떠올랐는데 첫 번째는 아버지와 함께 점심을 먹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그냥 먹지 말고 잠이나 자자’였고 세 번째는 ‘혼자 밥을 먹어버릴까’하는 것이었다. 3개의 자아가 내 마음속에서 ‘세기의 대결’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라면 2개를 끓이기로 했다. 내가 어색하게 헛기침을 하자 TV를 보고 있던 그가 안경 너머로 나를 쳐다보았다.
“라면……드실래요?”
“라, 라면?”“네, 엄마가 못 들어오신다고……”
“그, 그러지, 뭐.”“혹시……계란 넣으세요?”
“응?”“계란요. 전 안 넣는데 혹시 좋아하시면……”
“나도 그냥 민짜가 좋은데……”

그 때 난 내가 지금까지 아버지의 취향조차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서로 눈길을 피한 채 어색하게 말을 주고받았고 잠시 후,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라면을 먹었다. 두 사람 다 말이 없어 고요한 집 안엔 후루룩거리는 소리만 어색하게 떠다녔다. 그렇게 얼마간 아버지와 나 사이엔 정적만이 흘렀다. 얼마 먹지도 않고 내가 먼저 일어나 방으로 들어왔다. 어색함을 깨려는 듯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런 어색함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가 나빠질 만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이렇게 어색한 상태로 20년이란 세월이 흐른 것이다.(물론 내가 어렸을 대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나는 지금 아버지와 나 사이에 어떠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번 이래왔으니까.


이 가상 시나리오를 보며 공감되는 부분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도 가족과의 관계를 재정비 할 필요가 있다. 이 시나리오는 나와 가족 구성원의 소원해진 우리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편안하고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할 가정에서 우리는 서로 각자의 생활을 하며 소위 ‘남과의 관계보다 못한’ 가족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 ‘경희대 패륜녀’가 실시간 인기 급상승어로 떠올랐다. 이 사건은 지난 13일(목)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이 학교 환경미화원과 한 여학생이 말다툼을 벌인 사실이 환경미화원의 딸을 통해 인터넷에 알려지며 누리꾼들 사이에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여학생은 자신의 어머니뻘 되는 아주머니에게 욕설과 폭언을 행한 것으로 알려져 사람들을 분노케 했다. 또한 SBS에서 방영하는 SOS에서도 부모를 폭행하고 학대하는 자식이 자주 등장한다. 이런 현실을 더 이상 ‘친근한 부모 자식 관계’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예의를 지켜야 하며 부모 역시 부모답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족 구성원간의 ‘소통’이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가족끼리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가정의 달, 5월. 지금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려보는 것은 어떨까.

박세련 기자(hiup-sr@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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